선박생산시스템 - 디지털 조선소가 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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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ㆍjgshin@snu.ac.kr |
디지털 선박건조시스템은 국내 조선산업을 첨단 산업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도 활용돼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조선산업은 선박이나 해양구조물과 같은 초대형 구조물을 제작하는 산업이다. 이들은 철로 만든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대양의 파도와 바람을 극복하며 움직이는 수송 수단이자 해상 공장이다. 현대 선박과 해양구조물은 영하 180℃의 천연액화가스(LNG)를 운반하기도 하고, 심해에서 원유를 캐내 정제하고 운송하는 등 첨단 공학기술이 적용된다. 대표적인 대형 유조선은 수송량 30만톤, 길이 300미터를 넘어 서울 여의도의 63빌딩보다 훨씬 큰 규모다. 우리나라는 이런 선박을 1년에 300척이나 건조해 수출하는 세계 1등의 조선산업 국가다. 2005년 기준으로 수주량, 건조잔량, 건조량에서 일본, 중국, 유럽 등 경쟁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고부가 선박인 LNG선박의 경우 2004년에 12척을 건조함과 동시에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을 대거 수주해 2005년 9월 현재 점유율 70%인 84척의 LNG선박 수주잔량을 자랑한다. 또한 건조능력 기준에서 7개 조선소가 세계 10위 내에 포진하고 있으며, 육상 건조공법의 개발과 설비증강에 따라 향후 연간 생산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선박은 강판의 절단, 가공, 조립, 도장, 탑재 등 일련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설계된 선박을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높은 품질로 건조하는 것이 선박건조 기술의 핵신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설비를 갖춘 조선소에서 1년에 50여 척의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다고 상상해 보자. 열심히 일을 한다고 주어진 시간내에 아무 문제없이 배를 지을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언제, 어느 작업장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미리 계획해야만 많은 선박을 주어진 시간과 비용으로 대부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박의 건조에는 잘 짜여진 ‘생산 계획’이 필요하다. 이 계획에는 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명시한 공정 계획과 언제 그리고 누가 만들 것인지에 관한 일정이 포함돼 있다. 이 ‘생산 계획’에 따라 열심히 맡은바 직무를 할 때 조선소는 높은 생산성을 갖게 된다. 비록 생산 계획이 잘 짜여졌다 하더라도 2년 가까운 생산과정에 반드시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자연적인 원인은 물론 인원 교체나 새로운 기계 도입 등 인위적인 변화가 존재한다. 이런 변화에도 조선소는 잘 적응해 주문받은 선박을 예정대로 건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50여 개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제조업 중 가장 복잡하다는 조선산업의 특징이다. 시제품을 만들 수 없는 대형 복합구조물인 선박을 그에 적합한 조선소 모형을 만들어 미리 건조해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여러 척의 서로 다른 선박을 동시에 미리 건조해볼 수 있다면, 실제 건조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선박건조의 힘
디지털 선박건조란 설계, 생산, 엔지니어링 정보와 노하우 등 작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전산화, 자동화, 지능화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로 선박건조 과정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즉 가상기술을 사용해 실제 작업 전에 생산 공정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봄으로써 제품의 개발기간과 실제 건조작업에서 공기단축은 물론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다.
디지털 조선소는 조선소 설비와 건조 공정에 대한 정보를 모델링하고, 이를 시스템 기술로 통합해 구축하게 된다. 이렇게 설비와 공정이 융합된 모델에 건조 예정인 선박, 생산 계획 정보 등의 입력 정보를 제공해 원하는 건조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실제 조선소의 설비와 건조 공정을 객체지향 개념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조선소를 정밀하게 설계했다. 조선소의 공장과 설비에 대한 도면과 실측 작업을 통해 실제와 가장 유사한 3차원 로봇과 자동화 장비, 설비들을 컴퓨터 모델로 구현하고 이들의 실제 동작을 재현하기 위한 모든 움직임을 프로그램화해 조선소 주요 공장들을 디지털화했다. 설계된 디지털 조선소는 다쏘시스템의 3차원 생산전문 프로그램을 활용해 컴퓨터 내에서 구현, 가상현실로 가시화됐다. 건조 예정인 선박과 블록 등 중간 제품에 관한 3차원 정보는 조선소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했다. 디지털 가상 조선소를 활용하면 조선소 단위의 설비 개발과 배치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또한 주간, 월간, 나아가 2~3년 후의 조선소 공정을 더욱 정확하고 신뢰성있게 예측하는데 활용돼 선박 수주는 물론 생산 계획 수립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비쿼터스형 디지털 조선소
체계적으로 구축된 모든 설비와 공장은 실제 한곳에 모여있는 공간과는 달리 인터넷 가상 공간에 널려있는 유비쿼터스형 공장이다. 즉 어떤 시뮬레이션이 결정되면 그에 필요한 공장 모델이 구축돼 있는 가상 공간에서 모델을 불러들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조선 기술과 정보기술을 접목해 진행된 디지털 선박건조시스템은 21세기를 위한 차별화된 혁신 기술이다. 선박건조의 디지털화는 조선산업뿐만 아니라 항공우주산업, 자동차, 금형, 주조, 원자력설비, 토목, 건축과 같은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널리 확산돼 국가 경쟁력 향상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디지털 가상 선박건조시스템! 이는 조선산업을 한 단계 성숙된 첨단 산업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 분명하다. Profile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 후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조선학회 생산분야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고, 디지털 가상 선박건조 사업 연구책임자 등을 거쳤다. 현재 서울대 선박생산시스템연구실(http://casper.snu.ac.kr)을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