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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말하는 수학과
분야 기초과학/수학 날짜 2011-04-05
선배가 말하는 수학과
지겨운 공부를 대학까지 가서 한다?
| 글 | 박세종/서울대 수학과 석사과정ㆍkhakii@dreamwiz.com |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해서 큰 망설임 없이 수학과를 선택했다.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후 지금까지 수학을 계속 공부해 왔지만, 사실 본격적인 수학 공부의 경험이 없는 후배들에게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에 대해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정할 무렵 생각했던 수학자란 ‘남들이 못 푸는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물론 수학자가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푸는 것일까.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에 나오는 이상하게 꼬인 계산 문제를 연상하면서 ‘어떻게 이런 지겨운 공부를 대학까지 가서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수학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수학이란 수학적 대상들의 구조와 관계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이다. 수학적 대상이 무엇인지는 사실 굉장히 복잡한 문제지만, 사람의 머리 속에서 논리적으로 구성된 어떤 구조와 패턴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런 수학적 대상은 물리적 대상이 아닌 사고의 대상이기 때문에 수학자들은 오직 그들의 논리적 사고력만을 사용해 수학적 대상을 분석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세상의 온갖 현상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구조와 패턴이 모두 수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최근에 개봉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천재 수학자 존 내쉬는 술집에서 한 아가씨에게 여러명의 청년이 동시에 구애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학적 구조와 패턴을 발견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유롭고 대담한 발상 필요
대학의 수학과에서는 주로 지금까지 수천년의 인류 역사를 통해서 수학자들이 발견하고 연구해온 수학적 구조물들에 대해 배운다.

수, 함수, 대수방정식, 미분방정식, 곡면 등 비교적 직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상 뿐 아니라 이들을 더욱 추상화한 군(특정한 연산규칙을 만족하는 원소들의 집합), 다양체(곡면을 일반적으로 추상화한 것), 위상공간(거리의 개념을 좀더 느슨한, 멀고 가까움의 개념으로 확장시킨 공간), 함수공간(함수들의 집합에 공간구조를 준 것), 호몰로지(다양체와 위상공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표), 카테고리(수학적 대상들 자체를 다시 추상화해서 얻어낸 범주 개념) 등 다양하다.

현대수학이 다루는 수학적 대상들은 무궁무진하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채 수학자들의 발걸음이 닿기를 기다리는 미지의 영역은 넓고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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