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 디지털 혁명 일으킨 자연의 언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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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홍재 기자ㆍecos@donga.com |
의미없는 수식을 수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고등학교 때 수식에 치이면서 제대로 소개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학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학문이다. 모든 학문의 기초면서 첨단 응용분야까지 담당하는 수학을 제대로 알아보자. 1. 수학이 뭐죠?
수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학문 중 하나가 수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만 열심히 풀었지 제대로 소개를 받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수학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수학을 뜻하는 한문에서 數라는 단어 역시 ‘셀 수’라는 뜻이 있지만, 학문을 말할 때에는 ‘사물의 이치나 도리’를 뜻한다. 영어 mathematics는 그리스어의 mathesi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배움’ 또는 ‘정신수양’을 뜻한다. 이 말들에는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단서가 들어있다. 수학은 첫째 ‘자연의 언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C나 자바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 마찬가지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 즉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언어인 수학을 알아야 한다. 과학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수학이란 언어를 빌어 설명하는 학문이다. 수학은 천문학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고, 물리학, 화학, 지질학, 대기학, 해양학 등에서 이용됐다. 생물학과 심리학도 수학을 이용하면서 학문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어떠한 지적산물도 수학으로 나타내지 않으면 진정한 학문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둘째 수학은 ‘마음을 경영하는 학문’이다. 이 말은 사실 유명한 수학자 푸앵카레의 표현이다. 마음을 경영하는 학문으로 수학의 본질을 표현한 이유는 수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 수학을 통해 창의력, 판단력에서 다양한 덕목까지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의 다양한 원리를 이해하고 증명하는 작업의 기본은 바로 정직이다. 셋째 수학은 예술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란 얘기다. 피타고라스 시대 수학자들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 소리의 조화를 생각했다. 미술과 건축에도 수학은 숨어 있으면서,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설명한다. 다양한 이론을 통해 삼라만상의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마지막으로 수학은 기술이다. 요즘 시대에 필수품이 된 컴퓨터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은 문자, 그림, 소리지만, 컴퓨터 내부에서는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 셈을 하고 있다. 정보과학이라는 분야도 사실은 수학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군사학 등에서도 수학이란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수학은 첨단 기술을 좌우하는 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통한다. 2. 무엇에 사용되나요?
20세기 들어 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공간과 차원의 개념이 확립되고, 자연의 조화와 대칭성을 규명하는 군론(群論)이 발전했으며, 모순없는 완벽한 논리 체계의 구성을 위해 상상을 초월한 노력과 발견이 수없이 이뤄졌다. 수학자들은 사물의 가장 바닥에 있는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영국의 수학자 불은 1854년에 ‘생각의 법칙’이란 저서를 통해 ‘참과 거짓’을 ‘1과 0’으로 표현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에 거의 발전이 없던 논리학을 대수학으로 발전시켰다. 이 이론을 미국의 수학자 섀논은 1938년 전기회로 설계에 이용했고, 그는 10년 후에 ‘비트’(bit)라는 용어를 제창하면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정보이론을 창시했다. 완벽한 공리 체계를 연구하던 오스트리아의 수리논리학자인 괴델은 프로그램 언어를 만든 장본인이 됐으며, ‘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영국의 수학자 튜링은 현대적인 컴퓨터를 최초로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수학에 의해 현대 디지털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헝가리태생 미국인 수학자 폰 노이만은 1940년대에 생물의 자기 복제에 관해 연구했다. 이후 수학과 생물학은 밀접하게 발전해 현재 게놈연구에 수학자가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미분방정식 이론은 미세한 소립자나 거대한 천체 운동, 해류나 대기의 흐름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번식과 인체의 면역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여러 경영 기법도 수학이 제공하고 있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들은 대부분 수학자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 불리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시장에서 수천명의 수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한 국가의 수학 실력이 바로 국력을 말해주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교한 제품이 요구되고, 그런 정교함은 수학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수학이 과학, 공학, 국방, 의학이나 일상생활에 중요하다며, ‘수학 주간’을 선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연두 교서에서 “미국은 수학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계속 지킬 것”이라 선포하면서 ‘수학의 달’을 지정했다. 전세계의 선진국들은 모두 국가가 지원하는 수학연구소를 갖고 있으며, 미국은 버클리와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연구소 두곳 외에 작년에 로스엔젤레스에 또 하나의 수학연구소를 세웠다. 한편 노르웨이 정부는 훌륭한 업적을 남긴 수학자를 포상하기 위해 3백억원의 기금으로 노르웨이 수학자인 아벨을 기념하는 아벨상을 제정했다. 3. 어디에 있어요, 뭘 배우는데요?
수학은 모든 이공계열 학문이 기초가 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종합대학에 수학과 관련된 학과가 있다. 주로 자연과학대학에 수학과로 있는 경우가 많다. 수학과, 통계학과 등 수학관련 학과를 통합해 수리과학부 등의 학부로 두는 대학도 상당수 된다. 수리정보학과 등은 수학의 응용을 강조한 경우로 배우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수학관련 학과에 진학하면 1학년 때는 전공에 앞서 기초과정을 배운다. 수학과 미적분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목 등이다. 수학관련 학과가 아니어도 이공계 1학년생이면 누구나 배우는 교양수학으로 이해하면 된다. 2학년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수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수학 분야를 깊이 있게 배우면서 자신의 전공을 탐색하게 된다. 벡터해석학, 선형대수 및 연습, 복소함수론, 미분방정식 및 연습, 현대수학입문 등 입문과목이다. 3·4학년 때는 수학의 다양한 전문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 현대대수학, 미분기하학, 수치선형대수, 수치해석학, 위상수학, 편미분방정식, 실변수함수론, 대수적코딩이론, 암호론, 카오스이론, 금융수학 등 다양한 전문과목이 기다리고 있다. 4. 어떤 학생을 원하나요?
최근 수학과에 진학하는 학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한 부류는 수학 자체에 매료돼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이고, 다른 부류는 수학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다. 수학은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면서도, 다양한 전문분야에 응용되는 학문이라는 두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양쪽 학생들 모두 정답이다.그런데 수학과에 진학할 학생이 꼭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있다. 수학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식당에 들어서면 맛있는 차림표만 보지만, 생산자는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강연회와 응용수학 강연회, 각종 세미나에 관심을 갖고 참석하고, 도서실에 들어오는 각종 관련 학술지에 나오는 논문들도 정기적으로 읽는 열의를 가져야 한다. 5. 졸업 후 진학하고 싶은데요?
수학을 전공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은 ‘전문수학자’다. 전문수학자는 수학적 진리를 추구하고, 사랑하며, 즐기는 순수수학자와 자연과학, 공학, 기술,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수학의 원리를 응용할 길을 찾는 응용수학자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문수학자가 갖는 대표적인 직업은 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돼 수학 연구와 교육에 힘쓰는 것이다.전문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해야 한다. 국내·외의 대학원에 진학해 깊이 있는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여기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그 동안의 연구업적과 경력을 바탕으로 대학 교수직을 구하는 것이다. 학부 때에 다른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 얼마든지 진로를 수정해 전문수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6. 취직을 선택하면요?
전문수학자의 길 외에 수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수학은 모든 자연과학과 공학 뿐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 과학에 관련된 모든 학문의 모델이며 기초이다. 따라서 전산, 통계,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경제학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 중에서 대학 때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금융, 보험, 각 기업의 연구소, 정부기관의 조사실, 컴퓨터업계 등 기본적으로 수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여러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컴퓨터업계로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밖에 반드시 수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일반 분야에서도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