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말하는 화학과 - 어머! 화학을 어떻게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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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말하는 화학과 - 어머! 화학을 어떻게 해요?
| 글 | 윤정민/서강대 화학과 대학원생ㆍminia1@hanmail.net | "전공이 뭐예요?” “화학이요.” “아, 사학이요?” “아니에요. 화!학!인데요” “어머! 화학을 어떻게 해요?” 이렇게 말하고는 화학이라는 이미지를 찾아보려는 듯 관찰의 눈길을 보인다. 도대체 화학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필자야말로 화학을 비롯한 과학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과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과학 선생님의 말씀은 농담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받아 적었다. 하지만 한번도 과학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건 정말 똑똑하고 타고난 사람들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좀더 솔직히 표현하면 과학자들은 세상과 담쌓고 연구실에서 꼼짝도 안하는 사람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편협하고 성격도 특이한 엑스트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학을 어떻게 해.” 중학교 때의 탄탄한 기초 덕분인지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 화학이었다. 막상 고3이 돼 진학을 결정해야 할 때가 되서야 필자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깨닫게 됐다. 누구나 그때쯤이면 그러하듯이 많은 고민을 했다. 내면에서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비전. “그래,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고 내가 환경문제 해결에 일익을 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아. 만일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이 세상을 이해해보자.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고 있고 가장 앞서간다고 말하는 화학을 통해서.” 다행이 나는 화학을 좋아했고, 더이상 고민할 것이 없었다. 필자가 원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들어간 대학에서의 4년. 돌아보면 화학만큼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이 대학에 가서 배신하지 않는 과목도 없는 것 같다. 더 깊이 이해하고 폭넓은 물질의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시작된 대학원 생활은 이제야 필자도 화학자의 대열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주고 있다. 물론 예전에 느꼈던 화학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화학은 보이지 않는 엉뚱한 물질들의 학문도 아니고, 화학자라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별세계도 아니다. 오히려 구체적인 생활의 과학이며 인간이 시작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즉, 이해하고자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학문이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재미있고 할 일도 많은 학문이다. 필자는 진학으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장 먼저 비전을 바라보고 과연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비전은 되도록 크고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것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인지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