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학 - 자연과 조화 이룬 첨단 생명공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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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용표/충남대 식물자원학부 원예학과 교수ㆍyplim@cnu.ac.kr |
우리나라 대학의 이공계에는 다양한 학과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학과를 어느 정도 알고 진로를 선택하는 것일까. 막연한 생각으로 잘못된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을까. 진로 선택의 기본, 대학에 있는 학과를 제대로 알아보자. 꽃을 우선 떠올리는 원예학의 분야가 21세기 생명공학기술의 선두주자임을 아는가. 우장춘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만든 것이 아니라 배추와 페튜니아 겹꽃 품종을 최초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해와 편견을 깨고 원예학을 제대로 알아보자. 1. 원예학이 뭐죠?
원예학을 정의하면 채소(배추, 무, 고추 등), 과수(사과, 배, 포도 등), 화훼(국화, 백합, 장미 등) 작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각 원예산업의 비중을 보면 채소가 63%, 과수가 31%, 화훼가 6% 정도를 차지한다. 꽃과 조경이 주가 아니라 채소와 과수가 주된 분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원예학에서는 채소, 과수, 화훼 작물의 생리, 생태, 재배기술, 번식에 대해서 다루며, 최근에는 분자생물학과 육종과 같은 첨단생명공학분야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원예작물의 수확, 저장, 가공, 상품화 기술의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온실과 하우스 등 시설에 관한 시설원예학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자연과 인간과 좀더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환경과 생태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며, 조경과 인테리어 관련 분야도 연구한다. 국민소득의 향상과 함께 우리의 의식주 생활에도 큰 변화가 와서 원예의 필요성은 그만큼 높아간다. 최근의 경제성장과 함께 주곡의 소비량은 줄어들지만 원예분야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며, 앞으로 더욱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산물 수출입 자유화 물결이 세계적으로 이는 가운데 수입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원예생산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원예 분야의 교육과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명공학원, 각 도 농업과학기술원 등에서도 원예작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공학과 생산 증대와 관련된 연구활동을 더욱 활발히 진행한다. 원예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2. 무엇에 사용되나요?
원예학은 연구 대상이 다양하고 학문의 내용도 광범위하다. 흥미로운 개별 분야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채소원예분야는 크게 나눠 배추, 상추와 같이 잎을 목적으로 하는 엽채, 무, 마늘, 당근과 같이 뿌리를 목적으로 하는 근채, 토마토 같이 과실을 목적으로 하는 과채로 나눠진다.화훼원예·과수원예와 함께 원예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며, 식품을 생산하는 점에서 과수원예와 공통된다. 그런데 채소는 과수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고, 또 수확 후 신선도를 잃기 쉽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면에서 채소원예분야에서는 채소 작물의 생산을 위한 재배, 병충해방제, 환경에 따른 재배방법에 대해 연구할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 수송)과 저장에 대한 연구도 이뤄진다. 채소의 신품종 육성과 생명공학연구를 위해 육종학, 유전학, 종자생산학 등이 연구된다. 과수원예분야에서는 과수작물의 생장과 발육에 관한 기초적 이론을 밝히며 고품질의 과수 작물 생산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과수의 재배환경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전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다양한 생장조절제를 이용해 과실의 품질을 증진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생산농가와 밀착된 연구를 수행하므로 개발된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연구도 수행한다. 이를 위해 과수원예분야에서는 과수의 품종개량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연구하는 과수유전육종학, 과수의 재배원리를 연구하는 과수재배원론, 각종 과수의 하나 하나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과수재배각론, 과수재배기술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과수원관리론, 과실의 구조와 조직의 발달을 다루는 과실형태학, 과실의 수확·저장·판매 등을 다루는 과실상품학, 과실의 건조와 가공에 관해 연구하는 과실가공학을 다룬다. 화훼원예분야는 원예식물 중에서도 과수나 채소와 같이 식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상목적으로 하는 종류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화훼식물은 정서적인 면에서 특히 시각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 화훼원예분야를 전반적으로 보면 초본과 목본 관상식물의 종류에 대한 분류(다른 원예식물보다 종류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를 비롯해 이들 식물의 생육에 관계되는 환경요소, 즉 온도·광선·수분·토양·비료 등 화훼류의 관리에 관한 것과 육종기술, 생육의 조절, 즉 촉성·억제·시설재배를 포함한다. 효과적이고 실질적·경제적인 번식방법과 육종방법을 고려해서 환경적인 재해와 병충해 방제에 대한 기술도 연구한다. 최근에는 유통(시장, 수송)·가공(꽃다발, 꽃바구니, 화환, 프레스꽃 등의 제조)·이용(플라워 데코레이션, 꽃꽂이)까지 다루기도 한다. 3.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생명공학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기초과학이 중심이라고 이해하는 것과 달리 생산품을 요구하는 농학, 의학, 약학과 같은 응용과학분야에서 출발했으며, 이 학문들이 그 중심이 된다. 광복 후 우장춘 박사의 배추품종육성을 시작으로 한국의 원예육종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원예작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작물 전체의 유전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게놈연구도 원예분야에서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좀더 나은 원예작물의 품종육종, 고품질의 원예작물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분자수준의 기초적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의 이해를 위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구체적으로는 배추, 고추, 사과 등 주요 원예작물의 유전체 연구, 유전자 조합, 유전자변형식물(GMO) 개발, 신품종 육성 등 생명공학 전분야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수행된다. 대학뿐 아니라 국립연구소와 수많은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연구에 참여한다. 원예작물의 수확 후 저장과 유통에 관한 분야의 연구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분야의 연구는 채소와 과실을 얼마나 신선하게 저장할 수 있을지, 꽃을 얼마나 오래 화병에 두고 볼 수 있을지, 원예작물을 외국에 어떻게 하면 신선한 상태로 수출할 수 있을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경제성은 매우 크다. 저장학은 식물의 생장과 발육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작용에 관한 생리학적 기초 연구와 아울러 조직의 노화에 관한 연구를 수반한다. 이런 연구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발육과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초적인 대사과정을 밝히므로 신선한 원예산물의 생산과 공급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기초 학문을 배경으로 수확한 원예산물의 저장과 유통의 기술적 개선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시설원예학은 주로 온실과 하우스와 같은 시설 내에서 식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온실과 하우스는 어떻게 지으면 가장 식물에 좋은지, 시설 내 병충해방제, 토양관리, 환경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시설 내 환경조절을 어떻게 자동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최근에 유리온실을 비롯해 엄청난 면적의 비닐하우스가 등장했고 이곳에서 주로 채소류와 화훼류를 심는다. 이런 원예작물을 최적으로 생산하고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하며, 온실관련 기자재를 개발하고 온실 건축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도 중요하다. 환경원예학은 환경, 인간과 식물체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연구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분야다. 식물과 환경의 기초이론에서부터 응용분야까지 다양하게 연구된다. 특히 무공해 원예식물을 생산하고 환경 친화적인 식물과 원예작물을 육성하며, 원예활동을 통한 병의 치료연구도 진행된다. 아울러 도시 공간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조경과 우리나라 기후를 고려한 잔디개발에 관한 연구도 수행한다. 4.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뭘 배우는데요?
원예학과는 대부분의 국립대학과 일부 사립대학에 관련 학과들이 있다. 전국적으로 39개 대학과 11개 전문대학에 있다. 원예학과, 원예과학과, 원예육종학과, 화훼원예학과 등의 이름을 가지며, 농학과, 조경학과, 식물자원학과 등과 더불어 학부로 통합되기도 한다. 주로 농업생명과학대학이나 자연과학대학에 편성된다.원예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1학년 때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과목인 수학, 생물학, 식물학, 화학, 생화학, 농업과 생활 등을 배운다. 2학년에 들어서면 전공에 대한 기초과목으로서 유전학, 생리학, 토양비료학, 실험통계학, 번식학, 농장실습, 원예학실험법 등을 배운다. 3학년부터는 전문적인 세부전공과목으로서 채소원예학, 과수원예학, 화훼원예학, 육종학, 식물분자생물학, 식물생장조절론, 잔디관리론, 조원학(공원) 등이 있으며, 2, 3학년 때의 전공과목을 바탕으로 4학년에 들어서면 생명공학과 원예육종, 종묘생산학, 수확후생리학, 조원식물학, 정원계획 및 설계, 시설원예학 등을 배운다. 또한 원예학은 아직 개발할 여지가 많은 학문이다. 최근에는 교과과정에 일상생활에서 원예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생활원예, 원예치료 등을 강의하는 사회원예학도 편성해 그 분야를 확대해가고 있다. 원예학과에서는 이론적으로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 적용시키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항상 실험과 실습을 통해 현장 경험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 첨단 유리온실과 공동기기실험실, 컴퓨터실 등을 구비해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다. 5. 어떤 학생을 원하나요?
원예학은 여러 학문을 바탕으로 하는 응용과학이다. 따라서 화학, 생물학 등의 기초과목에 대한 흥미와 적성을 갖추고 이론학습을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응용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의 현장적응력이 많이 필요하다. 강의실만이 아닌 실험실과 작물재배포장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하며, 연구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원예학을 많은 사람들이 꽃과 같은 화훼에 관련된 학문으로 오해한다. 때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들어오며, 모 대학의 경우 여학생이 100%인 경우까지 있었다. 그런데 화훼분야는 원예학의 한 분야로 사실 다른 분야에 비해 취업문이 넓지 못하다. 때문에 화훼분야를 선택한 여학생이 많아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남학생의 경우는 수가 적어 화훼 관련 업계에서 인력난을 겪는다고 한다. 원예학에 대해 정확히 알고 선택하길 바란다. 6. 졸업 후 진학하고 싶은데요?
원예학은 기초부터 응용분야까지 매우 범위가 넓고 상당히 전문적인 학문이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내용이 빠르게 변화하는 학문이므로 대학 4년 동안 모든 것들을 심도있게 배우기는 힘들다. 따라서 학부과정에서는 어느 한분야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따라서 학부과정에서 배운 전공에 대해 좀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들은 석·박사과정의 대학원 과정을 함께 개설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에 따라 생명공학관련 협동과정도 개발되고, 연구소와 직장에서 근무하며 학업을 할 수 있는 산학연 협동과정도 활성화돼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교수와 상의해 외국에서 장학금을 받아 박사과정으로 유학가는 경우도 있다. 7. 취직을 선택하면요?
원예학 전공자들은 원예작물과 관련된 식물의 기초 연구분야에서부터 다양한 응용분야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결정할 수 있다. 취업분야는 크게 국가기관, 연구소와 기업, 자영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국가기관과 연구소의 경우 농림부, 농촌진흥청과 각 도 농업기술원 산하 각 기관의 연구원과 지도사가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교 교수, 식물검역사 등이 가능하며, 대덕단지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인삼연초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연구소에도 많이 취업한다. 기업의 경우 생명공학 관련 대기업과 벤처기업, 종묘회사, 농약 비료관련 화학회사, 김치회사 등 식품 제조와 유통 관련회사, 조경회사 등 식물과 식품을 다루는 거의 모든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