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말하는 전자전기공학부 |
자신이 원하는 분야 무궁무진 |
| 글 | 김승현/경북대 전기공학부 박사과정ㆍsh_kim50@yahoo.co.kr |
필자가 대학교 진학을 위해 시험을 치던 해는 1992년이다. 아주 옛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 역시 지금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가 적성에 맞을 것인지를 상당히 고민했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돼 있지도 않았고, 다만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자료들을 참고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전자전기공학 분야였다.
필자는 그 당시 보통 학생들처럼 전자전기공학 분야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다. 전자전기공학 분야는 전자제품이나 발전소에서 만들어내는 전기와 관련된 것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었던,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나 발명가 등을 상상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이 분야에 지원을 결정했다.
사실 1990년대 초반 필자가 전자전기공학 분야를 지원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그렇게 유명한 학과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막 붐이 일어나려고 했던 시기라고 할까. 주위에서는 그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면, 배운 것을 살려서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초소형 기술 연구
고등학교 때 이과였기 때문에 수학과 물리 등에 어느 정도 익숙했기 때문에 대학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과목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실험 과목이 있어서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에 대한 실제적인 실험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언젠가 집에서 부서진 텔레비전 내부에 있던 여러가지 부품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우는 과목들이 전문화돼 갔고 수업을 따라가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해야만 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제품에 스며들어 있는 수많은 이론들을 공부해야 했는데, 어려운 수학이 필수적이었다. 당시에는 아주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자전기공학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내용을 배우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4년 동안 전자전기공학을 공부하는 동안 여러가지 분야에 대해 다양하게 공부했다. 그동안 배운 것들로 취직할 수 있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부족함을 느꼈다. 전공을 살리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동안 배운 내용 중에서 반도체 분야는 여러 공정을 통해 센서나 움직이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분야다. 필자가 대학교를 진학할 때 생각했던 것처럼 연구·실험하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알맞는 분야였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지금은 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s)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MEMS란 그 영어를 해석해보면 알 수 있듯이 미세 전기기계시스템 또는 미소 전기기계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전기와 기계 부품을 초소형으로, 하나로 만드는 기술이다. 아주 작은 크기의 기계적인, 그리고 전기적인 구조체를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하게 되는 시스템을 제작하는 분야를 통틀어서 말한다고 하겠다.
전자전기공학 분야는 매우 넓다. 따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필자처럼 찾아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핑과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면, 여러가지 웹페이지 제작을 위한 언어를 공부하거나 요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반대세력으로 유명한 리눅스(Linux) 등의 운영체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컴퓨터와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면 게임이나 한글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며, 컴퓨터 내부의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부품을 설계할 수도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소개됐던 마이크로 마우스가 미로를 찾아 통과해 길을 찾아가는 것이나 마이크로 로봇 축구대회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런 로봇을 직접 만들어 경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은 로봇이나 제어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생명공학에서 인공장기나 한개의 칩으로 유전자를 바로 분석하는 칩의 개발 등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다.
전자전기공학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매년 새롭고 더 좋은 형태로 나오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사실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는 분야란 얘기다. 따라서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이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자기가 하는 분야에 대해 많은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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