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공학자의 꿈★을 이루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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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김홍재 기자ㆍecos@donga.com |
지난해 11월 28일 충남 태안반도 앞바다의 한 군사기지에서 액체추진과학로켓(KSRⅢ)이 하늘로 발사됐다. 이번 로켓 발사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우주공학기술을 한단계 높였다고 평가된다. 이번 소식을 계기로 우주공학자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나 개인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는 커다란 진보입니다.” 1969년 7월 20일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한 말이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염원을 그대로 드러낸 매력적인 이 말은 우주공학자를 꿈꾸는 이를 흥분시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은 지금까지도 인류가 지구에 생겨난 이후 거둔 최대의 도전이자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데 성공한 우주공학기술은 현재 지구 상공에 떠있을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태양계 내 다른 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을 발사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주라는 멋진 신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우주공학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1950년대부터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옛소련이 자신들의 첨단과학 수준을 과시하기 위해 우주개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이다. 1957년 옛소련에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고, 1969년 미국이 인간을 최초로 달에 보내는데 성공한 것 모두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현재 군사적인 측면에 연결되지 않은 진정한 우주개척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공학분야는 ST(우주공학기술, Space Technology)라 불리는데,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와 더불어 인류의 미래를 담당할 첨단 분야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21세기의 핵심 첨단분야인 우주공학에서 활약할 우주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주공학자인 최순달 박사와 채연석 박사에게 도움말을 들었다. KAIST 명예교수인 최 박사는 KAIST 학장과 체신부장관을 역임했는데, 우리나라의 무궁화위성 개발을 진두지휘한 과학자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인 채 박사는 최근 발사된 액체로켓 개발을 책임진 과학자다. 위성통신에서 우주정거장까지
우주공학자가 되겠다고 열정을 간직한 학생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우주공학에서는 실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최순달 박사는 “우주가 간직하고 있는 신비를 캐는 일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갈망해 왔다”며 “우주공학은 인류가 가진 마지막 개척지인 우주를 개척하는데 관련되는 모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공학 분야를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주과학과 우주를 이용해서 지구상의 삶을 좀더 편리하게 하는 우주이용기술 분야로 크게 나눠 설명했다. 우주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허블우주망원경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주축이 돼 개발된 지름 2.4m의 망원경으로, 1990년 4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돼 지구 상공에서 우주의 끝에서 오는 빛을 관측하고 있다. 관측 결과를 통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우주이용기술 분야는 최근 폭발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상 외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도 순식간에 전세계로 전달할 수 있는 위성통신의 발달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작은 세상인 지구촌으로 만들고 있다. 인공위성에 카메라와 같은 관측장치를 싣고 우주공간에서 지상을 관측하는 원격탐사 기술에서는 지상의 자원을 우주공간에서 찾아내는 일을 연구하고 있다. 덕분에 인공위성으로 유전을 찾아내는 일까지 가능하게 됐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다양한 우주과학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무중력 진공 환경에서의 신소재 개발과 가공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다른 천체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중간 귀착지로 활용될 계획도 갖고 있다. 우주관광 사업도 선진국에서 모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있는 우주공학 분야에 대해서는 채연석 박사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채 박사는 “우주공학이 적용되는 위성통신, 위성방송, 이동통신, 컴퓨터 등 첨단제품들은 선진국을 부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우주공학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도전해 이룩해야 할 중요한 과학기술 분야”라고 설명했다. 사실 미국이 군사위성을 통해 우주에서 북한을 살피고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공격할 곳의 정보를 얻기 때문에 더욱 강대국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궁화 위성과 아리랑 위성의 개발 사업을 통해 인공위성의 부품을 국산화하는데 주력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위성 대부분이 외국의 인공위성 제작회사에 돈을 주고 제작한 뒤 외국의 우주발사체로 발사했던 것이다. 이제는 원활한 우주개발을 위해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최근 발사에 성공한 액체추진 과학로켓을 중심으로 로켓발사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공위성의 경우 우주과학실험용 위성으로 우리별에 이어 과학위성이 뒤를 잇고 있다. 과학위성은 인공위성 분야의 연구인력양성과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의 사전 우주실험, 그리고 대학의 우주과학연구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형을 관측하고 지질자원을 탐사하는 실용위성으로는 아리랑위성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우주개발의 꽃은 방송통신위성으로 국내에는 무궁화위성이 있다. 방송통신위성은 21세기 우주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분야여서 산업적인 효과가 가장 큰데, 이 때문에 국산화된 독자적인 통신위성 개발이 중요하다. 우주왕복선 개발은 10년은 지나야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분야여야
현재 우주공학자를 꿈꾸는 학생이 고민하는 진로에 대해 이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최순달 박사와 채연석 박사는 최고의 우주공학자라는 위치에 오르려면 대학공부에 앞서 열정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채 박사는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강사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미국 미시시피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는 어린 시절부터 로켓에 대한 신문기사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으면서 열정을 키웠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로켓 실험을 하다가 한쪽 고막을 다치는 사고도 당했다. 가족들의 걱정은 대단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로켓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커져 평생 로켓을 연구하게된 계기가 됐다. 최 박사는 대구공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 박사는 대학에 진학하기에 앞서 우주공학자가 되기 위해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했다. 최 박사는 “꼭 우주분야에 한정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분야를 무척 좋아 해야한다”며 “그것도 미치도록, 그리고 그것만을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통해 위대한 과학기술자가 많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이와 같이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으며, 과학기술자가 되려면 자신도 그런 역사적 기여를 해야겠다는 한가지 굳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 박사는 우주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우주여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1853년에 부유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치올코프스키는 어릴 적 연을 날릴 때도 연에다 물건을 담은 상자를 매다는 등 호기심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9살에 열병에 걸리면서 거의 듣지 못하게 됐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했다. 글을 가르쳐준 어머니마저 12살 때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하늘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키워나갔다. 모스크바로 간 치올코프스키는 도서관에서 독학하며 거기서 사귄 과학자로부터 과학을 배웠다. 책과 실험기구를 마련하려고 굶다시피해 피골이 상접할 정도였지만 마침내 25살에 교사가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두해 44살이 되던 1897년 지금도 유명한 ‘치올코프스키의 공식’을 창안했다. 이 공식은 로켓의 추진 속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우주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모두 치올코프스키의 선구적인 연구 덕분이라고 추앙받고 있다. 최 박사는 “우주공학자의 길은 화려하지도 않고 외로우며 때로는 절망적으로 느껴지고 앞이 안보일 때가 많다”며 “그러나 기어코 해내겠다는 악착같은 신념이 성공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하는 것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12년 후 받은 사진 한장의 매력
우주공학은 기계공학과, 우주항공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과 등 공대의 거의 모든 학과와 연관된다. 우주공학이 워낙 다양한 학문이 활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우주공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에 대해 최순달 박사는 물리와 수학, 그리고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과학을 하는데 과학적인 이해력과 수학적인 해석력이 없이는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또 이미 세상은 국제화돼 있고 특히 우주분야는 개발투자와 전문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대형 과제이면서 그 결과적인 효과는 전세계적인 것이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또 실제 많은 국제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외국어의 자유로운 구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유명하고 위대한 과학자들의 공부나 연구에 대한 태도는 공통적으로 끈질기게 물고늘어진다는 성질”이라며 “우주공학에서도 자기가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때까지 계속 물고 늘어져서 진리를 꼭 찾아내고 마는 끈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길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우주공학의 매력을 묻자 최 박사는 명왕성 탐사를 예로 들려주었다. 태양계의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12년 동안 94억km를 날아가는 긴 여행을 거쳐야 한다. 명왕성에 도착한 우주선에 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을 지구의 인간이 보내면, 명령을 실은 전파는 빛의 속도로 94억km를 8.7시간 동안 날아간다. 그 명령을 받은 우주선은 사진을 찍어서 영상을 전파에 실어 다시 지구로 보내온다. 지구에 있는 우주공학자는 12년만에 명왕성에 도달한 우주선에 명령을 보낸 뒤 거의 20시간을 가슴조리며 기다리는 셈이다. 한없이 희미한 신호는 직경 80m의 초대형 안테나에 수신된다. 잡음 속에 깊이 파묻힌 약하디 약한 전파신호를 증폭하고 컴퓨터 처리하면 드디어 명왕성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명왕성의 아름다운 사진을 처음 볼 때, 그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당연하다. 꿈과 같은 이 연구에 참여했던 우주공학자들마저도 믿지 못할 일이라고 감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최 박사는 “인간이 개발한 우주기술은 인류의 탐구심 충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우주공학자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이 성취감은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 말했다. 채연석 박사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 로켓을 우리 위성을 쏘아올리는 일은 지난 월드컵 4강신화 못지 않게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며 우주공학이 지닌 매력을 얘기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
우주공학자가 되면 어느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전문연구기관에서 우주공학자들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순달 박사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면서 “다양한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밥상을 잘 차려놓고 기다리지 않는다면서 KAIST의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예를 소개했다.인공위성연구센터는 우주기술의 선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십여명의 KAIST 졸업생들과 이 뜻에 동참한 다른 대학 출신의 젊은이들로 만들어졌다. 지난 10여년 간 소형위성개발에 전념한 결과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형위성 전문연구기관으로 발전했다. 현재 인공위성 전문가로서 국내외에서 활약중인 이들이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인공위성이란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생소한 것이었다고 한다. 10년 전에는 아무도 상상 못할 일이었지만, 뜻을 펴기 위한 길을 스스로 연 것이다. 채연석 박사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이공계가 대우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주공학에 대해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지금이 이 분야에 뛰어들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전남 외나로도에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우주센터가 건설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우주공학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