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말하는 산업공학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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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수진/KAIST 산업공학과 박사과정ㆍcarpenter@kaist.ac.kr |
필자가 산업공학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솔직하게 만만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학 1학년 때에 과가 정해져 있지 않은 학교 특성상 물리, 화학, 수학, 교양 등의 과목을 두루 들었다. 2학년이 되면서 과 선택의 시점에 이르렀을 때 필자는 손가락 하나하나 짚어가며 하기 싫은 학문부터 세었던 것 같다. ‘수학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특별한 컴퓨터 능력이 요구되지 않는 과는 없을까? 특히 취업도 잘 되고, 남녀가 평등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이것이 필자의 바람이었고, 결국 선택은 산업공학과였다. 사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산업공학과에서 무얼 하는지 전혀 모르고서 이름만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선택의 기준 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취업도 잘 되고 남녀가 평등하다는데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적절한 수리적인 능력과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산업공학을 공부한지 7년째,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무슨 공부를 하냐는 말을 들을 때면 대답하기 곤란함을 느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스템 최적화’이고, 좀더 길게 표현하면 시스템의 설계, 관리,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학문을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제품은 완성되기까지 좋은 원재료의 선정, 원재료의 구매 시기와 부품 공급업체의 결정, 생산 공정 순서, 원재료 투입량의 결정, 품질 테스트, 공장에서 고객까지의 수송 방법 결정 등 다양한 의사 결정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의사 결정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단 시간 내에 고객의 요구에 맞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산업공학에서 연구하는 분야다. 비단 제품의 생산 공장 외에도 신제품 개발과 테스트,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 통신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 운송회사의 운영, 금융회사의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산업공학의 최적화 기법이 사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되는 곳이 광범위하다. 인터넷 시대, IT의 요구
지난 수십년 간 산업화의 특징을 보면 모든 대상이 고도로 분업화·전문화됐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나타난 산업의 현상을 보면 모든 개개의 요소가 연계돼 하나의 복합 체계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됐지만, 이 내부에는 제조업체에서 판매업체, 인터넷 몰 구축 업체, 제품의 보증 전문 업체, 배송 업체, 지불 대행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구성요소가 하나로 연계돼 ‘인터넷 구매’라는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이런 복합 체계 내에서 개개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아가 전체의 통합적인 관점에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이 산업공학이 담당하는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