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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말하는 재료공학과
분야 산업기술/재료 날짜 2011-04-05
선배가 말하는 재료공학과
재료 알면 보는 물이 달라!
| 글 | 이미정/서울대 재료공학부 4학년ㆍjung329@snu.ac.kr |

“탱크 만들러 가는거야?” 수시모집으로 재료공학부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한살 어린 동생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보통 공과대학 내의 다른 과들은 이름만 보면 대충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알만한데, 재료공학부는 문과인 동생에게는 생소했나 보다.

“재료공학부는 예전에 있던 금속재료공학과랑 무기재료공학과랑….” 여기까지 말하면 문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이과 친구들도 “무기?”라며 이맛살을 찌푸리곤 했다. 혹은 가사실습 시간의 ‘돼지고기 1백g, 표고버섯 2장, 양파 1/2개, 피망 1/2개…’와 같은 요리재료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굳이 무기 소동(?)과 ‘오늘의 요리’ 사건이 아니더라도 재료공학부에서 무엇을 한다고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말 그대로 재료이기 때문에 “자, 이게 재료공학에서 하는 거야”라면서 내놓을 만한 것이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것을 내놓아도 “우리가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분야다. 그만큼 거의 모든 분야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교를 지원하며 상상했던 재료공학과 학부 4학년이 되고 나서 보는 재료공학은 차이가 있다. 처음에 입학하고 물리, 화학, 수학 공부에 지치기도 했고, 그런 과정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지고 전공과목을 배우게 될수록 재료에 숨어있는 많은 비밀들에 사로잡히게 됐다. ‘아! 이렇게 반도체에 전기가 통하는구나’, ‘그래서 기계가 고장이 나는구나’하며 재료의 선택과 개발이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하게 되는지 깨닫게 됐다.
하지만 4년을 재료공학을 공부한 지금에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것은 수십년을 재료만 연구하신 교수님들께서도 말씀하시듯, 재료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열쇠
꽤 많은 공대생이 태권 V의 김박사가 되고자 또는 스타트랙의 부푼 꿈을 가지고 공대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니냐며 핀잔을 던지는 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꿈이라 하던 많은 것들이 이미 현실이 됐고 현실화되는 중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재료는 이런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원대한 우주여행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머니 속의 조그만 컬러 휴대폰에 들어있는 수많은 부품들, 책상 위의 얇은 액정 모니터, 꼭 그 곳에 그 재료가 없다면 우리 눈앞에 있을 수 없는 것들이다.

엄마가 사오신 메모리 폼 베개도 섬유 고분자 재료, 교통사고로 깁스를 한 언니의 발목뼈에 박힌 나사도 생체 재료…. 이것도 저것도 다 재료로 보이니 필자도 이미 재료쟁이(?)가 다 돼가나 보다. 이번 학기를 마치고 석사과정을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바로 재료의 이런 매력 때문이다.

“언니는 재료를 사랑하나봐?” 지난해 서울공대의 Vision 2001 이라는 행사에서 재료공학부 기념품으로 받아온 형상기억합금을 보여주며 신이 난 내게 동생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엇이 그리 신기하고 재미나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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