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이종협/서울대 응용화학부 교수ㆍjyi@snu.ac.kr |
자동차 배기가스, 약품 냄새가 풀풀 나는 수돗물, 산성비로 부식되는 건물. 이 모두가 인류의 발전에 뒤따르는 불가피한 대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제 과학기술은 환경오염이란 불명예를 벗어 던지고 있다. 환경공학이 깨끗한 미래를 약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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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대재앙이 몰려온다.”
남극에서 빙하의 내부중심을 탐사하던 기상학자 잭 홀 박사는 기상 이변이 임박함을 감지한다. 얼마 후 국제회의에서 그는 앞으로 다가올 지구 기상 변화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홀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결국 지구가 빙하로 뒤덮이게 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후 끔찍한 토네이도가 미국 서부 LA 지역을 휩쓸고, 일본에서는 우박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보도되는 등 지구 곳곳에서 홀 박사가 예견했던 이상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이는 지구의 북반구가 빙하로 덮이기 시작하는 징후로서 결국 미국 정부는 사람들을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대피령을 발령한다.
여자친구 로라와 함께 퀴즈대회에 참가하려고 뉴욕으로 갔던 홀 박사의 아들 샘은 빙하가 뉴욕을 덮치자 도서관에 고립된다. 혹한과 굶주림 속에서도 샘은 도서관에 머물러 있으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함께 고립된 사람들을 격려하며 버텨나간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극한 상황 속에서 샘과 로라는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힘겨운 난관을 헤쳐 나간다.
한편 인류의 운명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남쪽으로 대피시켰던 홀 박사는 뉴욕에 고립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땅이 돼버린 북쪽으로 향한다. 이미 눈과 빙하로 뒤덮여 있는 뉴욕으로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하러 가던 잭은 곳곳에 도사린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과연 인류는 지구의 대재앙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상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투모로우’의 줄거리다. 인류가 지난 20세기처럼 환경파괴에 무감각하다면 영화의 상황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일이 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해야할까?
환경은 기술의 기본 옵션
21세기 들어 최대 이슈는 환경이다. 이는 공학 분야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술은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생산이나 사용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기술을 채택하려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설사 이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나오더라도 소비자의 외면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환경은 모든 공학의 전제 조건이 됐다. 때문에 요즘에 주목하는 첨단기술의 대부분은 환경기술과 접목돼 있다.
친환경적인 첨단기술은 현재 세계 각국의 각별한 노력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고 그 성과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기술이 발달해 지금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이 일상화된다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의 보편적인 목적인 인간 편리의 극대화만을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지 않을까?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상상하면서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환경기술이 미래의 우리 생활에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환경오염 감시하는 첨단 센서
미래 도시의 여러 곳에는 작은 센서들이 여러 형태로 부착돼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는 폭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혹시 모를 누출에 대비한 수소 센서가 필수적이다. 산화티탄 나노튜브를 이용한 수소 센서는 미량 존재하는 수소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수소를 검출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산화티탄 특유의 산화력은 유기물에 의한 센서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미래의 공장은 모두 실시간 원격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공장으로부터 누출될지 모르는 오염 물질을 24시간 감시하게 된다. 그 결과 누출사고가 나더라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센서는 감지할 수 있는 종류가 제한적이고 민감도가 높지 않은 현재의 센서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일 것이다. 즉 다양한 종류의 오염물질에 대해 미량 검출까지 가능한 다목적 오염 감시 센서일 것이다. 그 결과 환경오염물질의 제어가 가능해져 인간에게는 물론 자연환경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센서는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황사로 인한 피해도 줄일 것이다. 황사는 규소나 철, 알루미늄, 카드뮴, 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대기 중 중금속 농도를 높인다. 황사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고 포함된 성분을 알아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대비하도록 함과 동시에 황사의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센서가 소형화됨에 따라 개인 휴대가 가능해져 오염 지역에 노출됐을 때 재빠른 대피를 가능케 한다. 주변의 환경오염 정도가 실시간으로 개인에게 보고돼 무색무취의 각종 오염물질로부터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온이나 부식성 등의 가혹한 조건 아래서도 안정한 고성능 센서는 환경 위험 시설의 지킴이로서 과거에 일어났던, 환경 오염물질에 의한 대규모의 인명피해는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빛으로 오염물질 제거
미래 도시는 깨끗한 실내외 공간은 물론 벽과 창, 자동차에 보기 싫은 때나 먼지를 볼 수 없는 깔끔한 모습일 것이다. 이것을 실현시켜주는 것이 바로 광촉매다. 광촉매 분말을 벽면에 바름으로써 오염원인 유기물을 자연스럽게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실용화 직전에 있는 광촉매는 촉매 작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빛으로부터 받아 슈퍼옥사이드 음이온이나 수산화 라디칼을 생성해 강력한 산화작용을 한다. 이 물질들은 오염물질을 분해해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광촉매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분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외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거나 주방이나 화장실의 악취 제거, 항균 및 살균, 자외선 차단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돼 복잡한 정화장치 없이도 항상 청결하고 깨끗한 공간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오늘날 사회 문제로 떠오른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의 영향과 새집증후군의 부작용도 미래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서 그 가능성을 보였듯이, 환경호르몬과 새집증후군의 주범인 단열재와 합판 등의 접착제로부터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은 미래에는 광촉매로 정복된 상태일 것이다.
한편 고층 빌딩에 낀 유리창의 때는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실내 채광을 막는 골칫거리다. 이것은 대부분 빗물에 포함된 유기물이 유리창에 붙어서 생기는 것인데, 광촉매의 초친수성은 유기물의 부착을 억제할 뿐 아니라 붙어있는 유기물도 분해할 수 있어서 항상 깨끗한 유리창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밖에 오폐수를 처리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등 광촉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존재가 될 것이다.
최근의 광촉매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크게 가시광선 영역의 태양빛을 이용하려는 기술과 각종 표면을 얇은 막으로 코팅해 광촉매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고정화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뉜다. 현재 광촉매는 태양빛 중에서 3% 정도를 차지할 뿐인 자외선 영역의 빛만을 이용하고 있어 효율이 낮다. 만일 태양빛 중에서 약 절반을 차지하는 가시광선 영역을 이용한다면 현재보다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넓은 분야에 이용될 것이다.
그런데 광촉매의 기본 물성인 산화 작용으로 인해 광촉매 층과 접촉하고 있는 부분이 산화·분해돼 촉매 막이 분리돼 시간이 지날수록 광촉매가 소실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광촉매의 성능을 방해하지 않고 최대한 구현하면서 동시에 광촉매와의 접착력이 우수한 바인딩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환경오염의 정도는 두가지 척도로 측정할 수 있다. 오염물질 고유의 위험성과 접촉 빈도다. 즉 아무리 위험한 오염물질이라도 안전한 시설에 보관돼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자신의 위험도는 낮고, 아무리 덜 위험한 오염물질이라도 집과 학교와 같이 매일 접촉하고 있는 곳에 존재한다면 위험도는 높은 것이다. 광촉매는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접하고 있는 각종 오염물질에 대한 대비로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탁월한 효능이 미래의 생활환경 지킴이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더이상 환경오염 주범 아니다
얼마 전에 개봉된 할리우드 SF 영화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등장한 자동차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멋진 자동차는 무엇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자세히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자동차 어디에도 배기가스 배출구 같은 것은 없다. 그 자동차는 현재 한창 개발 중인 연료전지 자동차다.
연료전지는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로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효과적인 대체 에너지원으로 상업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쓰일 연료로 가장 가능성이 큰 후보는 수소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한 후에 부산물로서 물만이 남는 청정에너지의 대표 주자다. 연료를 공기에 의해 연소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존의 카르노 시스템의 제약을 받지 않아 높은 효율을 지니고 있다. 배기가스 중의 NOx, SOX와 CO2 배출량도 석탄 화력 발전소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또한 소음도 매우 적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생산방식으로 꿈의 에너지라고 불린다.
따라서 미래의 에너지는 모두 수소에너지로 대체돼 있을 것이다. 수소는 반응성이 매우 큰 기체다. 하지만 미래의 생활에서는 수소를 안전하고 간편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수소를 고압의 대형 연료탱크에 저장해 취급하고 있지만, 미래의 수소는 그 보다는 수십배 작은 저장 매체를 써서 휴대폰 배터리를 교체하듯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나노기술이다.
나노 크기(1nm=10-9m)의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하면 매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로도 10g의 탄소 나노튜브에 2L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 더이상 수소탱크와 같은 위험한 저장 매체는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용한 수소를 어떻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로 나눠지므로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물을 분해하기 위한 전기에너지는 고효율·고집적의 태양전지로부터 얻을 수 있다. 또는 광촉매를 이용하거나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물을 직접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탄소 나노튜브에 저장된 후 연료전지를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뇨나 기타 산업폐기물 또한 미래의 귀중한 자원이 된다. 유기물로부터 생물공학적 방법을 응용해 연료용 알코올이나 메탄가스 또는 수소와 같은 재생성 무공해 에너지, 즉 바이오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현재의 쓰레기가 미래의 자원이 되는 순간이다.
메탄올도 미래에는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 알코올램프와 같이 메탄올을 연소시켜 열에너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메탄올의 화학에너지를 직접 에너지로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노트북에 메탄올 한 숟가락 분량을 넣으면 현재의 배터리보다 10배나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은 미미하다.
이렇듯 미래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즉 전기에너지나 수소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공급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에너지의 공통점은 모두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이다. 즉 에너지의 생산, 저장, 이용 전 과정에 걸쳐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은 거의 없다. 그리고 모두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라는 측면에서 고갈의 염려도 없다. 미래에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될 것이다.
환경기술은 미래의 경쟁력
미래 도시를 상상하면서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기술들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이다. 즉 멀지 않은 미래, 가깝게는 10년 안에 이뤄질 일들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를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제품을 만들 때 환경을 위한 시설이나 친환경적 재료가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돼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원인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 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장은 설치될 수 없고, 재활용이나 폐기 처리가 어려운 제품은 세계환경조약, 정부, 소비자들 모두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환경기술은 더이상 캠페인에 결부되는 허울 좋은 간판이 아닌 모든 기술에 기반이 되는 기초 공학이 되고 있고, 또 돼야 한다.
이미 국내의 자동차 업체들도 청정에너지로 달리는 자동차 개발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고, 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화석에너지 이후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환경 관련 벤처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고, 정부의 환경 관련 지원도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도 선진국에 비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을 만큼 환경 기술은 21세기의 중요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의 기술로 지목하고 있는 NT, IT, BT 등이 환경기술과 융합돼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고, 그 성과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 글에서 제시한 기술들도 새로운 첨단기술과 만나 획기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했으며, 환경기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효용성을 인정받고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 도시를 만드는 과정을 손놓고 지켜보며 감탄만 할 것인지, 직접 이뤄 나갈 것인지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종협 교수는 198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미국 시라큐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롱프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1993년 8월 서울대 응용화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나노센서나 첨단 환경재료의 개발을 통해 나노기술과 환경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첨단 환경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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