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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학 - 칩 위의 세상 꿈꾸는 시스템온칩
분야 정보기술.컴퓨터통신/반도체 날짜 2011-04-05
반도체공학 - 칩 위의 세상 꿈꾸는 시스템온칩
| 글 | 정덕균/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 교수ㆍdkjeong@ee.snu.ac.kr |

1948년에 발명된 반도체 트랜지스터. 지금은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은 수의 트랜지스터가 손톱만한 크기에 포함될 정도로 발전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칩이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반도체공학이 이룩한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트랜지스터는 1948년 벨 연구소의 윌리암 쇼클리가 발명했다. 그 당시의 전자기기는 진공관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전력소모도 엄청나 전열기나 다름없는 막대한 열을 내뿜었다. 진공관은 진공에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반면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내에서 전자(-전자)뿐만 아니라 정공(+전자)도 함께 전류의 흐름에 관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품이었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은 전자산업의 혁신적인 발달로 이어졌고, 쇼클리는 이 업적으로 1956년 브래튼, 바딘과 함께 노벨상을 수상했다.

쇼클리가 발명한 트랜지스터는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종 접합형 트랜지스터(BJT, Bipolar Junction Transistor)라고 한다. 게르마늄(Ge), 규소(Si)와 같은 반도체에 인(P), 비소(As)와 같은 불순물을 주입한 N-형 반도체, 그리고 붕소(B)와 같은 불순물을 주입한 P-형 반도체의 두가지 극성을 가진 반도체를 2개 접합해 만든 형태였다.

그러나 요즘 첨단기기에 주로 쓰이는 트랜지스터인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T, Field Effect Transistor)는 최초의 트랜지스터와는 좀 다른 원리로 동작되고, 다른 구조를 갖는다. 하지만 반도체를 사용한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FET는 BJT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개념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Very Large Scale Integration)에서 널리 쓰이는 MOSFET(Metal Oxide Semiconductor FET)는 1959년 벨 연구소의 강대원 박사가 처음으로 제작에 성공했다. MOSFET는 BJT보다 작은 면적을 사용해 같은 넓이에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때문에 현재 PC에서 주로 쓰는 펜티엄4, D램, S램 등 대부분의 반도체 칩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구 1명당 2억개 사용하는 꼴
 
   
 
 
처음 반도체 기술은 한개의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기술로 출발했다. 하지만 1961년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의 잭 킬비(20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가 한개의 반도체 안에 여러개의 트랜지스터를 동시에 제작하며 회로를 구현하는 반도체 칩, 즉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를 처음 발명해 이 기술이 현재의 VLSI에 이르게 됐다.

반도체는 수백개의 공정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각 단계마다 마스크(mask)라고 부르는 2차원 설계도를 따라 패턴을 형성하며, 웨이퍼라고 하는 원판 위에 트랜지스터와 이를 서로 연결하는 회로로 제작된다. 따라서 설계하고자 하는 반도체 칩의 기능에 따라 마스크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이용해 칩이 제작된다. 마스크의 모양은 무수한 사각형의 형태가 조합된 것이며, 여러개의 마스크가 색깔별로 구분돼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총 트랜지스터의 개수는 약 2백경개(1경=1조×1만)다. 인구 1명당 약 2억개 정도가 사용되는 꼴이다. 또한 전세계 반도체 회사에서는 매초 3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새로 제작해낸다. 주변에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트랜지스터를 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전자기기를 뜯고 집적회로를 빼낸 뒤 화학약품으로 플라스틱 표면을 벗겨내고 현미경을 들이대야 비로소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렇게 하더라도 위쪽의 표면만 흐릿하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단면을 보려면 전자현미경을 동원해야 한다.

3년마다 집적도 4배 증가
이와 같은 트랜지스터는 작게 만들수록 전자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빠른 속도로 동작할 수 있다. 때문에 전세계 반도체 회사에서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최첨단의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는 공정은 0.13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 공정이다. 이는 만들 수 있는 회로의 최소 길이가 0.13μm이며, 따라서 트랜지스터의 이동에 사용되는 거리가 0.13μm라는 뜻이다. 우리의 머리카락 굵기가 약 1백μm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0.13μm는 눈뿐 아니라 일반 광학현미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고,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다음 세대의 트랜지스터는 90nm(나노미터, 1mm=10-9m)의 크기로 점점 작아져서, 속도도 빨라지고 칩 안에 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개수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인텔의 설립자 2명 중 한사람인 고든 무어가 이미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반도체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3년마다 4배씩 증가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그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욕간 10초 만에 비행하는 발전속도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발달은 트랜지스터가 처음 발명되던 1948년 비행기 제작기술의 발전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4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여행하려면 프로펠러 비행기로 약 3-4일 정도가 소요됐다.

이러한 항공기 기술이 반도체 기술과 비슷한 속도로 발전했다면 현재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10초 안에 날아갈 수 있고, 비행요금은 1천원 정도로 하락했을 것이다. 이러한 초고속의 발전 단계를 거쳐 현재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반도체 칩은 인텔사의 펜티엄4 칩과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이다.

먼저 펨티엄4 칩에 내장된 계산장치의 속도를 살펴보자. 이진법으로 나타낸 32비트의 두 숫자, 즉 십진법으로는 약 10자리 수에 해당하는 두수를 더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사람의 계산한다면, 한자리수 계산에 약 1초가 소요된다고 할 때 총 10초 정도가 걸린다. 이 시간은 빛이 지구를 75바퀴 도는 정도의 시간이며, 계산 도중에 실수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그 결과가 항상 정답이라는 보장도 없다.

반면 펜티엄4 칩은 현재 2.8GHz(기가헤르츠, 1GHz =109Hz) 정도의 속도로 동작한다. 따라서 이 계산의 수행시간은 2.8GHz의 역수, 즉 357ps(피코초, 1ps=10-12초) 정도이며 이는 빛이 약 10.7cm 정도 가는 거리다. 즉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고 하는 빛이 겨우 10.7cm 가는 동안 10자리 수의 덧셈을 수행하며 그 결과도 항상 정답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속도로 동작하는 것이 바로 펜티엄 4칩이다.

펜티엄4 칩에는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은 5천5백만개의 트랜지스터가 포함돼 있다. 이렇게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서로 오류 없이 동작해야만 비로소 PC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많은 트랜지스터를 가진 칩을 손톱만한 크기로 한치의 오류없이 만들려면 그야말로 티끌만한 먼지가 있어도 안된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 공장에는 높은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며, 화장품에 있는 화학 물질의 침투를 막기 위해 출입자는 화장도 엄격히 금지된다.

메모리 가격 낮추는 레이저 수술
 
   
 
 
한편 메모리 쪽에서는 아직 시장에서 팔리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4Gbit D램이 세계에서 가장 첨단의 제품이다.

여기에는 총 40억개의 메모리 셀을 가지고 있으며, 각 메모리 셀에는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축전기로 구성돼 있다. 이 엄청난 개수의 트랜지스터가 손톱만한 곳에 모여있다. 트랜지스터 각각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체로는 은백색을 띄기만 한다.

보통 반도체 칩은 아무리 주의해도 먼지 등의 오염물질로 인해서 많은 개수의 트랜지스터가 잘못 제작된다. 즉 몇개의 트랜지스터는 제작 당시부터 결함을 갖고 태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단 한번, 단 한곳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특성상 이러한 결함이 있는 메모리는 쓸 수가 없다. 몇개의 잘못된 트랜지스터 때문에 전체 칩을 버려야 한다면 살아남을 칩은 별로 없게 되는 것이다. 메모리 칩에서는 더욱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추가되는 추세이므로 그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D램 내부에는 여분의 회로가 많이 들어있다. 즉 D램을 제작하고 난 후 최종 테스트를 하다가 잘못된 곳이 발견되면 레이저를 이용해 잘못된 곳을 떼어내고 여분의 회로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PC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모리 칩의 대부분은 이러한 레이저 수술 과정을 거쳐 교정된 것이며 이러한 재활의 기회가 없었다면 제작된 메모리 칩은 대부분 버려야 한다. 따라서 그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게 된다.

무어의 법칙에서 예견된 바는 앞으로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개의 칩 속에 내장할 수 있는 기능도 점점 많아져 미래에는 펜티엄4 칩, 메모리 칩, 그래픽 칩, ADSL, Ethernet 등과 같은 네트워크 칩, 입출력 장치 제어 칩 등 PC에서 사용하는 칩들을 모두 1개의 칩 안에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즉 이제까지는 전자기기의 일부 부품이 각각 기능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여러 부품들이 한개의 칩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시스템을 1개의 칩 안에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단계의 칩을 시스템온칩(SoC, System on a Chip)이라고 부르며,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한 휴대폰과 같은 무선장치와 PC가 같이 집적된 SoC가 개발되면 손목시계 크기의 만능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도체 칩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반면, 그러한 칩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건축에 비유한다면 철근, 시멘트, 나무, 페인트 등 건축 재료와 불도저, 기중기와 같은 건축 기계들은 풍부한데, 이를 엮어서 도시 전체를 꾸미기 위한 설계도가 없는 것과 같다.

지구 전체 설계 맞먹는 복잡성
 
   
 
 
미래에 제작될 것이 예상되는 수조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SoC 칩에는 마치 전세계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도로, 집, 아파트, 건물, 교량 등에 해당하는 구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러한 SoC 칩을 설계하는 일은 지구상의 모든 인공 구조물을 한치의 오류도 없이 설계하는 것과 맞먹는 복잡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고 한치의 설계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SoC 칩을 새로운 기능이 필요할 때마다 새로 개발해야 한다면 전세계인이 모두 엔지니어가 돼 이 일에 매달린다고 해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인텔사에서 지금의 펜티엄4칩을 설계할 때 전문설계 인력이 수천명 동원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SoC 시대에 필요한 설계 인력의 수는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다.

현재 반도체 칩 설계에는 수많은 설계 엔지니어와 더불어 초고속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다.설계과정은 고사하고 설계가 다 끝난 뒤 오류를 검증하는 데만해도 고성능 컴퓨터를 수십대씩 동원해도 일주일 씩 걸리는 형편이다. 이러한 설계 노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설계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IP(지적소유권, Intellectual Property) 재사용이 그 한 예다. 이것은 한개의 SoC에서 사용되는 설계를 혼자서 모두 처음부터 설계하려고 하지말고, 다른 곳에서 사용돼 입증된 설계를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IP 재사용을 아파트 설계와 비교하면, 부산에서 아파트를 짓고 싶을 때 설계를 새로 하기 전에 인천 등지에서 찾아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가 있으면 그 설계도를 그대로 옮겨 사용하자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책을 저술할 때에는 표절에 해당해 저작권, 즉 지적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SoC 설계에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 설계도를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며, 새로 필요한 설계만 새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는 것보다 돈과 시간 면에서 크게 절약된다.

재택근무에서 이동근무시대로
따라서 앞으로는 여러 다른 곳에서 설계된 IP들을 빨리 조합해서 전체 시스템 구성에 오류 없이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타인의 무단 복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에 내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이러한 IP를 중계하는 복덕방 같은 곳이 많아져서 활발히 운영될 것이다. 그러며 지적 소유권에 대한 분쟁 등 새로운 골치거리도 많이 등장하게 돼 지적소유권 관련 변호사와 특허 변리사들도 매우 바빠질 전망이다.

이러한 SoC 칩의 활용은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즉 네트워크가 없던 시절에 일하기 위해서는 직장에 가서 사무실 책상에 앉아 PC 앞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근무 형태였다. 그러나 모뎀과 네트워크를 이용한 컴퓨터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즉 집에서 PC로 일을 하면 그 일이 회사 컴퓨터에 입력돼, 불필요하게 회사에 나갈 필요가 없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할 필요도 없어졌다.

앞으로 SoC가 더욱 발달하면 모든 전자기기가 고성능 소형화되면서 손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의 노트북컴퓨터, 휴대전화기의 크기는 엄청나게 줄어드는 반면 성능은 수십, 수천배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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