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학 - 미래의 건강을 개척하는 기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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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박광석ㆍ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교수ㆍkspark@snuvh.snu.ac.kr |
지난 세기 의학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급속도로 연장돼 왔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배경에는 의료공학 기술의 도움이 컸다. 미래에는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한 삶을 원한다.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일상에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향상된 삶의 질을 영위하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건강을 유지해 주는 의학적 기술을 개척하는 가장 앞자리에 의료공학이 있다. 의료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은 개념적으로 의학을 위한 공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공학 기술이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와 관리의 각 단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폭이 매우 넓다. 여기서는 의료공학 기술 중 대표적인 몇 개의 분야를 소개한다. 새 의료기기 개발로 의학기술 선도
현재 병원에서는 수천종의 의료기기를 진단과 치료의 각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의료기기를 제외하고 환자 진료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심장의 기능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도 옛날에는 의사가 직접 청진기를 가슴과 등에 대고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심장의 이상을 감별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은 팔과 다리, 가슴에 전극을 대 심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직접 기록하는 심전도 기록 방법,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 판막의 운동을 기록하는 초음파 영상진단방법, 혈관 조영제를 주입하고 X선을 이용해 심장과 혈관의 동태를 영상화하는 투시촬영방법이 애용되고 있다. 동위원소를 이용해 심장의 기능과 대사활동을 검사하는 양전자단층촬영방법, 자기공명영상(MRI)장치를 이용해 심장 기능을 3차원적으로 촬영하는 방법도 진단 목적에 따라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의료기기들은 신체의 기능 이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연구개발 과정에서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정확한 검사나 진단이라고 해도 환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비용을 부담하게 하면 의료기기로서의 활용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은 의료기기 연구 개발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환자에게 고통과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환자로부터 혈액이나 조직 등의 시료를 채취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외부에서 신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의 에너지를 가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신체 내부 기관의 구조와 동태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의학 영상을 이용한 진단 기술은 활용가치가 매우 크며 최근 의학 수준을 한 단계 높이 발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의학 영상 진단 기술에는 뢴트겐의 발견 이후 대표적인 영상진단방법으로 사용돼 온 X선을 이용한 영상진단방법 외에도 초음파를 이용한 영상진단방법, 동위원소를 이용한 영상진단방법, 자기공명현상을 이용한 영상진단방법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 의학의 각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체를 그림자처럼 2차원으로 투영한 영상이 아니라 각 부위를 마치 칼로 자른 단면처럼 보여 주는 단층 촬영능력과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진단 기술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X선을 이용한 컴퓨터 단층촬영(CT) 장치와 자기공명영상 진단장치는 진단의 수준을 넘어 마치 카메라처럼 활용돼 예술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신체 각 부위를 현실감 있게 나타낸다. 인공장기가 인체 기능 대체한다
진단 과정을 통해 신체의 기능 이상을 확인하면 정상적인 상태로 건강을 회복시키는 치료 과정이 이어진다. 치료 과정은 약물을 복용해 기능을 회복하는 내과적 방법과 수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외과적 방법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약물을 이용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수술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기관이 손상된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아 수술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지만, 이식 가능한 장기의 공급에 제한이 있고 인체의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장기 이식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여기서 대안으로 활용되는 것이 인공장기다. 신장 기능을 상실해 혈액의 노폐물을 잘 제거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혈액 투석을 통해 혈액 내의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인공신장기, 수술할 때 환자의 심장과 폐를 잠시 정지시키고 외부에서 심장과 폐를 대신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신체 각 부위로 순환시키는 인공심폐기는 비록 인체에 직접 삽입되지는 않지만 기능을 상실한 신체를 대체해 준다는 점에서 인공장기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밖에 인체에 직접 삽입해 상실된 기능을 회복시키는 삽입형 인공장기가 있다. 심박동기는 심박동 기능이 상실된 환자들의 심장 윗부분에 삽입해 심박동을 일으키는 전기적 자극신호를 주기적으로 발생시키는 전자장치로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인공 자극 장치다. 인공 와우각 자극기(cochlear implant)는 청신경 감각세포가 손상돼 들을 수 없는 환자의 귓속에 수술을 통해 삽입해 사용하는 장치다. 외부의 마이크로 소리를 감지해 이 소리를 청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로 변환, 발생시킨다. 이 장치는 청각세포가 남아있지만 청력이 약화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보청기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환자가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인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청력을 회복시켜 준다.
인공 무릎관절은 관절염 등으로 무릎관절이 완전히 손상된 환자를 위해 기존의 관절 부위를 대체하도록 삽입해 사용하는 기계적 장치다. 쉽게 닳지 않는 금속 재질로 제작하고 생체 적합성이 우수하도록 표면을 처리했다. 이미 우리 주위에서 노인층을 중심으로 인공관절을 삽입하고 정상인과 똑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공심장은 기존의 심장을 제거하고 삽입해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대표적인 인공장기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이미 임상실험까지 끝났고 부분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이 생각되던 인공망막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2차원으로 배열한 전기자극기를 망막에 삽입하고, 카메라로 받아들인 외부 영상신호를 변환해 이를 받은 자극기가 시각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상실한 기능은 어느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까?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올림픽에서 정상인과 겨뤄 200m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피스토리우스라는 청년은 현재 18세로 두 다리 모두 무릎 아래가 없는 신체장애자다. 이 청년은 인공 보철장치를 착용하고 2004년 봄 아테네 장애자올림픽 육상 200m 경주에서 21.83초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정상인이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한 기준 기록인 20.95초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수준의 기록이다. 특히 그의 기록이 지난 1년 동안 24.80초에서 21.83초로 약 3초나 향상됐다는 점과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청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림픽에 출전해 정상인과 겨룰 수 있는 수준까지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다리가 없는 사람이 달리기 경주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올림픽 규정은 없다고 한다. 만약 인공 보철장치의 탄성을 이용하는 등 성능을 개선한다면 정상인을 능가하는 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바람직한 방법은 병에 걸리면 정확하게 진단하고 곧바로 치료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희망을 지원하는 의료공학이 유비쿼터스 건강관리(ubiquitous healthcare) 기술이다.
이 경우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과 건강 정보를 유·무선을 통해 병원이나 담당 의료기관으로 전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인체 상태를 측정한 데이터를 담당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통신 기술은 이미 많이 발전했다. 근거리에서 무선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원거리 무선통신 기술, 그리고 인터넷에서 널리 쓰고 있는 유선 데이터 전송 기술은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기술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수준 이상으로 발전했다. 특히 컴퓨터, 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자 IT분야 기술력에서 다른 선진국을 능가하는 우리나라의 통신기술 환경은 이 방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침대, 의자로 건강 관리한다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기술의 핵심은 일상생활 중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진단에 필요한 신호와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생체신호 측정기술을 무구속-무자각 생체계측기술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환자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측정하기 위해 환자가 매일 접하는 침대, 좌변기, 의자 등의 일상생활용품에 고감도 측정 센서를 달아 진단에 유용한 생체신호를 측정한다. 침대에 심전도와 호흡을 측정하는 센서를 장착하면 수면 중에 발생하는 환자의 심전도와 호흡, 움직임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 신호를 이용하면 환자가 수면 중에 숨을 멈추는 무호흡 구간이 얼마나 되는지, 잠잘 때 얼마나 자주 깨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심박동의 변화를 분석하고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평가해 수면의 질과 수면장애의 유무, 그리고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좌변기에 장착한 센서를 이용하면 심전도 외에 혈압을 추정할 수 있다. 매일 환자에게 혈압 측정을 위해 커프를 감고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고도 좌변기에서 측정된 신호와 환자에게 맞춰진 추정식을 이용하면 혈압을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의자에 앉으면 옷을 벗고 눕거나 팔다리에 전극을 붙이지 않고 심전도를 자연스럽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자 뒤쪽에 비접촉식 고감도 전극을 설치하는데, 옷을 입은 채로 의자에 보통 때처럼 앉아있으면 심장 상태를 나타내는 심전도 신호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일상생활 중에 측정된 생체 신호들은 통신망을 통해 의료기관에 전달돼 후속 조치에 활용된다. 이밖에도 최근 생체정보학, 로봇기술, 나노기술, 신소재기술을 이용한 의료공학의 세부 기술 분야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의료공학 분야는 그 다양성 때문에 몇몇 선진국이 모든 기술을 독점하기 어렵다. 두뇌 집약적인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IT, BT, NT 등 여러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발전된 국내 기술력이 우리나라 의료공학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의료공학 분야의 국제적 경쟁력과 산업화 가능성을 인식해 대학과 연구소, 기업에 대한 연구 기술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