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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학 - 건축미학 뒷받침하는 첨단기술
분야 산업기술/건축 날짜 2011-04-07
건축공학 - 건축미학 뒷받침하는 첨단기술

| 글 | 홍성걸/서울대 건축학과 교수ㆍsglhong@snu.ac.kr |

도심 한가운데를 뚫고 하늘 높이 솟아있는 초고층빌딩의 멋진 모습 뒤에는 첨단기술이 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환경친화적 건물도 건축공학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
21세기 주거환경을 책임지는 건축공학에 대해 알아본다.


건축공학은 건축가가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학적인 모든 수단을 다루는 학문이다. 예전에는 건축가가 설계와 건축물의 실현을 모두 관장해 왔으나 오늘날은 역할이 분담돼 건축가는 건축설계에 역점을 두고 건축공학기술자가 공간의 실현에 필요한 모든 기술적인 면을 담당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층 건물에서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이 실현되려면 다음과 같은 공학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고층에서 발생하는 바람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뼈대, 빠르고 안전하게 거주자들을 운송하는 엘리베이터, 만약의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한 대응시설, 쾌적한 주거환경, 정보공학을 이용한 자동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한편 대형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에서는 설계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계획과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건축공학은 이러한 요소기술에서 관리기술에 이르는 전문인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물리학과 화학, 지구과학 등 기본적인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다. 아울러 대인관계, 리더십, 발표능력도 갖춰야 한다. 다른 공학 분야에 비해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건축공학이 개별적인 전문분야들의 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건축공학 분야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기초로 해서 목표를 추구하는 독특한 공학 분야다. 이러한 이유로 직업선택의 폭이 매우 넓으며 리더십이 요구된다.

첨단재료로 새로운 구조 가능
건축공학의 대표적인 분야는 구조공학이다. 구조설계시 가장 중요시해야할 점은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건물이 구조적으로도 균형이 잡힌 경우가 많은 이유는 이런 형태가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종종 자연에 존재하는 구조물로부터 기발한 건축구조를 재창조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뼈대를 감추거나 드러내어 표현한다. 현대 첨단공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재료와 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동안 꿈꿔 온 구조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현대 건축은 새로운 첨단재료의 개발로 천막구조에서 트러스, 케이블 구조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유리와 철강의 조화는 현대문명의 상징으로 자주 이용되는 소재다. 철강 재료의 도입으로 기둥간격이 넓은 고층건축물이 가능해졌다.

막 구조는 인류가 원시부터 범선에서 사용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최근 합성섬유와 나노공학의 발전으로 첨단재료가 개발됐는데, 이를 이용한 천막 구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한편 고성능 콘크리트재료를 이용한 쉘구조는 압축력이 작용하는 효율적인 형태로 100층 이상의 초고층건물에 매우 유용한 재료다.

초고층 건축물에는 창의적인 구조시스템과 진동제어 방법이 도입된다. 대나무와 같이 속이 빈 단면으로 효과적으로 바람에 저항하는 원리를 적용해 개발한 튜브 구조시스템과 트러스의 장점을 이용한 가새 시스템이 대표적인 고층구조시스템이다. 한편 피라미드의 입체적인 특성에서 불연속적인 기둥배치가 가능한 구조시스템이 개발됐다.

시계추의 원리를 이용하면 바람과 지진으로 발생하는 고층구조물의 진동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건물의 진동방향과 반대로 시계추를 움직이면 운동에너지를 감소시켜 건물의 진동을 작게 만든다. 고층건물에 관련된 첨단기술은 재료에서 시작해서 구조시스템, 진동제어, 내화성능, 건축환경, 정보시설을 망라한 수없이 많은 분야를 포함한다. 건축공학은 종합공학으로서 첨단기술의 적용이 요구된다.

또한 건축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구조공학자는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극심한 지진운동에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과 공학적인 이론 모형을 통해 검증한다.

한편 옛 건축물의 독특한 구조를 연구해 현대건축에 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 목조건축물의 기둥과 지붕사이에 위치한 공포구조의 역학적인 원리와 아름다움을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수덕사 대웅전의 목조는 하나의 조각물인 동시에 구조공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쾌적한 공간을 위해
환경이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성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외부조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건축환경은 사람들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인조환경에 속하며 열환경, 빛환경, 소리환경, 공기환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18세기말 산업혁명을 계기로 건축이 단순한 피신처의 개념에서 인위적인 환경조절시스템의 개념으로 변하면서, 자원의 고갈과 오염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환경친화적 건축, 지속가능한 건축, 그린빌딩, 생태건축 등의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

예를 들어 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인 파사드를 환경친화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즉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는 건물 외피 구조를 통해 건축환경을 조절하려는 시도인데, 환경친화적 파사드로 개발된 대표적인 구조가 이중외피 파사드다.

이중외피 파사드는 기존의 유리 외피에 또 하나의 외피를 추가하고 이들 외피 사이에 형성된 중공층에 블라인드를 설치한 시스템이다. 이중외피 파사드를 적용하면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자연환기에 따른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과 외부소음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주 건축재료로 유리와 철을 사용함으로써 투명하고 하이테크한 건축을 가능하게 해 건물의 가치와 미적인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현재는 에너지 절약 시대를 넘어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이며 앞으로는 더욱 쾌적하고 건강한 건축환경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건축 분야에서 건축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건물 사용자에게 열·빛·소리·공기 등 환경 전반에 대해 에너지 절약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건축물 공간의 환경은 자연적인 방법과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서 조절될 수 있는데, 최근 첨단기술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건물의 설계방법은 두 방법의 유기적인 결합에 의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기계적인 방법은 냉난방·환기 시스템, 급배수설비 시스템 등 기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한편 자연적인 방법은 단열, 차양 및 외피조절, 자연환기, 대체에너지 활용 등으로 기기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현대의 건물은 그 기능의 복잡성과 대규모화, 그리고 거주자의 쾌적성 향상을 위해 자연적인 방법으로만 환경을 조절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계적인 방법에 의한 환경 조절이 요구되고 있다. 건물설계를 위한 중요한 원칙은,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자연적인 방법을 최대화하고 기계적인 방법을 최소화하며, 두가지 방법 사이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물 냉방 시스템을 보면 평소에는 자연환기로 건물 내부 냉방을 하다가, 여름철 냉방부하가 최대치로 올라갈 때 냉방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기기 설치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배출물을 줄여서 궁극적으로 자원절감과 환경부하 저감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건축공학의 주요기술은 설계단계에 반영돼 아름답고 튼튼하고 쾌적한 건축물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완성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제 건축물을 만드는데 요구되는 시공기술 또한 건축공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건축생산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설계는 작곡에, 시공은 연주에 대응한다. 훌륭한 음악이 악보에 담겨 악기를 통해 연주되듯이 좋은 건축물은 설계도에 표현되고 시공기술을 통해 구현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갖춰야
최근에 초고층 빌딩, 국제공항, 첨단 주거시설 등과 같이 건축물의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설계와 시공에 이르는 건축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따라서 건축공학에서는 건축프로젝트를 관리할 기술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건축프로젝트의 주요목표라고 할 수 있는 품질, 공사비, 공사기간 등을 계획대로 달성하려면 과학적인 관리기술이 요구된다.

지난 수년 동안 건설선진국의 건설회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요소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소통과 협력이 1순위로 선정됐다. 건축프로젝트에는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이 참여하므로 이들 간의 정확한 의사소통과 협력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건축공학에서는 기술자들이 갖춰야할 경영마인드, 리더십, 의사결정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가 도래하면서 건설분야에서도 정보화와 자동화를 추구하게 됐다. 미래에는 모든 건축기술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건축생산과정을 4D(3차원 공간+시간) CAD로 모델링한 뒤 전산기술을 이용해 통합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건축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소양은 다른 학문보다 매우 다양하다. 건축공학은 자연과학적 측면에서 건축물을 형상화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측면에서 건축과 자연환경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과, 경영경제학적 측면에서 프로젝트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성격이 차분하고 집중력이 강하며 수리적 재능이 있다면 건축구조분야가 적합하고, 사회성이 있고 신중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이 크다면 건축환경 설비분야가 적합하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활동성이 강하다면 건축시공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건축공학의 학문영역이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전공한 사람의 진로와 직업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건축공학 졸업생의 주요 진로는 건설회사, 투자개발회사, 설계사무소, 설비회사, 감리회사, 자재회사, 정부의 건축관련기관 등이 있다.
건축공학분야의 전문자격증을 살펴보면, 대학재학 또는 졸업 후 취득할 수 있는 건축기사가 있고 일정기간 실무경력을 쌓은 후 취득이 가능한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설비기술사, 건축시공기술사, 변리사 등이 있다. 또한 기술고시를 통하여 정부의 건축정책과 행정을 담당하는 건축기술 관료로 성장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최근의 건축공학은 인접학문인 생태환경학, 정보과학, 기술경영학 등과 접목돼 건축물의 첨단화를 추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멸의 건축물이 건축문화를 형성하면서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왔듯이, 앞으로도 지구상에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창조하기 위한 건축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새로운 건축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 여러분이 담당해야 할 것이다.


홍성걸 교수는 1981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미국 리하이 대학 토목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리하이대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귀국해 우람 구조설계사무소에서 구조설계 업무를 하다 1996년부터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콘크리트구조의 파괴, 합성구조와 프리캐스트 구조의 설계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학부에서 구조시스템에 대한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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